말이 중심이 되는 경마문화
이제 호주연수과정도 2달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한국에 돌아가면 어떤 것들을 접목시킬 수 있을지 아직 막막하다. 하지만 하나씩 정리하여 훗날 이 생각들이 한국경마에 꼭 적용되리라 믿는다.
호주에 와서 경마문화가 한국과 다르다고 생각된 것 중 가장 큰 것은 말 중심의 경마문화이다.
물론 경마에 있어서 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한국에서 느꼈던 문화와 호주에서 느꼈던 문화는 확연히 다르다.
우선 모든 경마에 있어서 주인공은 말이다.
언론에서 다루는 경마관련 기사의 대부분은 말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번주에 출전하는 말에 대해 그 말의 경주전개특성, 상태, 이전 경주성적, 상대마에 대한 전적 등 이야기의 대부분이 말에게 집중되어 있다.
http://www.smh.com.au/sport/horseracing : 시드니 최대 일간지인 Sydney Morning Herald 경마관련 기사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말보다는 기수에 더 촛점을 맞추어진 듯한 느낌이다.
참여광장에 대부분이 말보다는 기수에 관한 내용이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를 나름 생각해보니 우선 우리나라 경마에서는 아직 말의 수준이 높아지지 않고 수준 낮은 경주마들로 경주를 진행하다 보니 기수들의 능력에 따라 경주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인 것 같다. 호주에서는 기수의 기승술도 경주승패에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큰 경주에서는 대부분 수준높은 기수들이 기승을 하다 보니 기수보다는 말에게 초첨을 맞춰 우승 예상을 하고 경주후에도 그 말의 주행상태나 능력등을 평가한다. 아래는 Racenet에서 Doncaster Mile경주 후 기수들의 인터뷰 내용이다. 각 말에 대한 기수들의 코멘트를 실고 있다.
The Chris Waller-trained Sacred Falls made the most of his weight advantage over Pierro when beating the star colt in the Group I Doncaster Mile (1600m) at Randwick on Saturday.
Sacred Falls, ridden by Tommy Berry, defeated Pierro with Norzita in third.
This is what the jockeys thought of their mounts' efforts in the Doncaster Mile.
Placing Horse Jo...ckey Comment
1st SACRED FALLS Tommy Berry He travelled so well for me in the run that as soon as I got the opportunity to get onto Pierro's back on the corner, he took it very quickly. once I peeled off his back it was all over.
2nd PIERRO Nash Rawiller I don't think I've ever rode a horse that's run that good and got beaten. He tried his heart out, did everything he could to win the race but just had no answer for the horse with no weight. He tried to lift and go with it but on that ground it took that quick length he's got in him. He certainly didn't lose any gloss with that performance. It was an unbelievable effort. He was a winner today.
3rd NORZITA Craig Williams She was great. She fought hard.
4th STREAMA Glen Boss She ran well but she's just lacking something at the end of her races this preparation. I straightened up outside Norzita and I really though us two would go away. It was a good run but a fading run.
5th DANLEIGH Jim Cassidy What a marvel, he went terrific. Probably not that happy in the ground but he tried his heart out.
6th Shoot Out Hugh Bowman Wouldn't comment.
7th APPEARANCE Kerrin McEvoy Even. She travelled nicely but was only even paced getting home.
8th SECRET ADMIRER Blake Shinn Went fantastic. Had no luck from the draw given the tempo.
9th LIGHTINTHENITE Craig Newitt Went good we just got outsprinted. He was good through the line so he probably wants a bit more ground.
10th Happy Trails Glyn Schofield He just didn't ping in the ground when I needed him too. He ran well.
11th ALMA'S FURY Brenton Avdulla He ran honest. He's just probably come to the end of his prep and is probably a Group II horse.
12th STRIKE THE STARS Kathy O'Hara Decent effort but probably would have sprinted better on top of the ground.
13th FONTELINA Peter Robl Struggled at the mile.
14th Glass Harmonium Steven Arnold Began alright then wasn't quite quick enough to hold that spot up near the lead and then I was back where I didn't want to be.
15th RED TRACER Corey Brown She was just too brilliant from the gate, I couldn't get cover and she raced too strong.
16th MONTON Christian Reith Ran well considering the wet track and he didn't get any cover.
17th Ethiopia Rhys McLeod He was always suspect on a track like that. Didn't handle it.
Last AERONAUTICAL Nathan Berry Pulled a bit hard and didn't handle the track
이렇게 말을 중심으로 경마가 인식되다 보니 경주 결과에 대한 공정성 시비는 우리나라보다 많이 적은 것 같다. 예상보다 경주성적이 좋지 않은 말에 대해서도 기승기수에 초첨이 맞춰지기 보다는 말에게 초첨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말보다는 기수에게 많이 집중되다 보니 경주성적에 대해서도 기수에 대해 많이 회자되며 이렇다보니 승부조작 등의 의심을 많이 받게 된다.
말을 중심으로 하는 경마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접목시킬 수 있는 제도적 변화를 아래와 같이 정리하고자 한다.
1. Steward Report의 기술방법 변화
현재 우리나라 Steward Report는 주로 주행방해상황에 대해 기수들의 진술을 적시하고 그 심의결과를 기록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기수들의 심의내용은 그 결과만 기술하고 나머지 부분은 말의 주행상태, 경주중 일어났던 일들을 주로 기록하고 있다. 사실 생각해보면 경마팬들은 경주중 주행방해상황에 대해 기수들이 진술하는 내용에 대해 크게 궁금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대신 출발후 경주마들의 주행상태를 비디오를 보지 않아도, 또한 비디오를 봐도 보지 못했던 상황들을 Steward Report에서 보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자신이 예상했던 말이 경주 중 어떤 지점에서 팬스를 스치며 주행했고, 결승선에서 진로가 막혀 추진이 어려웠으며, 경주 후 기수 및 조교사가 이 말에 대해 진술한 내용들이 경마팬들에게는 좀 더 가치있는 정보들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Steward Report를 말들을 중심으로 기록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2. 기수복색이 아닌 마주복색으로의 다양화
한국에서는 기수복색으로 각 기수들이 자신들의 복색을 착용하고 경주에 출전하지만 호주에서는 마주 및 조교사 복색을 착용하고 경주에 출전한다. 물론 기수복색이 경마팬들에게는 외우기 쉽고 눈에 쉽게 들어와 경주를 보는데 더 편한 제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보니 경주에서 말에게 집중하기 보다는 기수에게 집중하여 경주를 관찰하게 된다. "동반의강자"라는 마필이 아닌 "최범현 기승마"가 되는 것이다. 말마다 주행습성이나 특징이 모두 다르지만 한국에서는 특정기수가 기승하면 복색에 집중하게 되어 그 말 자체에 대해서는 흐려지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마주 및 조교사 복색을 착용하기 때문에 말마다 고유의 복색을 가지고 있다. Black Caviar의 복색은 검은점이 있는 연어색으로 호주에서는 아이콘적인 복색이다. 이 복색모양이 패션에도 적용되어 남자들은 넥타이, 여자들은 드레스에 이 무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기수복색은 그대로 유지하되, 마주가 원하면 마주복색을 착용할 수 있게 해준다면 경마의 흥미도 제고되고 관련 산업도 자연스레 발전할 것이다.
그 외에도 은퇴마를 위한 각종 행사 및 이벤트, 주요 경주의 우승마 관리 등도 우리나라에서 해볼만한 제도들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