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업무(Steward Job)/경마와 재결

피해정도를 감안하여....

말달리자97 2014. 1. 20. 23:45

요즘 경마, 특히 재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마팬, 마주 등의 경주마관계자들의 의식수준이나 지식 등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며 재결위원에 대한 얘기들이 많다. 물론 좋은 얘기보다는 대부분 재결을 탓하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특히 한 마주분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재결에 대한 내용이 많아 여러 생각들을 하게 한다.

 

http://blog.naver.com/chiii9/100203937152

 

우선 재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충고들을 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분들이 많아진다는 얘기는 한국 경마가 발전될 여지가 많다는 것이며 이 분야에 일하고 있는 나로서도 많은 자극과 동력이 되고 있다.

 

이분께서 해주시는 충고들이 많은 부분 옳은 지적들이다. 내가 재결에 온지 약 5년이 넘었고 호주에 1년간 연수을 다녀온 뒤 느끼고 있는 것들이 많은 상황에서 이런 충고들은 아주 값진 것이라 생각되어 요즘 이 블로그이 들어가 글을 열심히 읽고 있다.

위 주소에서 볼 수 있는 글은 재결에서 피해정도를 감안하여 제재처분을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인 사회법과 처벌의 원칙에도 전혀 맞지 않고, 여타 스포츠에서도 규정위반과 피해정도를 같이 보지 않으며, 피해자 당사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피해정도 고려는 재결이 너무 작위적이고 월권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재결 내부에서도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다. 대상자의 제재수준을 결정할 때 그 피해정도를 감안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 그 피해정도를 고려하지 않아야 한다는 재결위원분들도 상당히 있었고 지금도 그런 의견을 가진 재결위원도 있다.

 

하지만 현재 피해정도를 고려하는 재결의 기준에 대해 내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선 경마라는 특성 때문에 재결에서 피해정도를 고려하게 된게 아닌가 싶다. 다른 여타 스포츠와는 달리 경마는 베팅과 관계된 경주이고 그러다보니 규칙을 위반하여 피해를 받은 경우 피해 당사자 및 마주 등 이해관계자 뿐 아니라 돈을 건 일반인들에게까지 영향이 미치게 된다. 피해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규칙위반에 대해서만 판정을 내리게 되면 그 이해관계자, 경마팬들의 손해에 대한 불만이 끊이질 않았을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경마에서도 초기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피해정도를 아주 큰 고려대상으로 삼고 재결을 봐왔다. 그 예로 피해마의 기수를 낙마시켜 주행중지 시킨 가해마 기수는 기수가 전혀 잘못없이 말에 기인한 경우라도 최소 기승정지 6일 처분을 하는게 재결 내부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이 기조는 서서히 바뀌고 있다. 현재 기준은 기수의 부주의함, 규정위반 정도와 그 피해정도를 같이 고려하고 있다. 이는 제외국 재결에서도 같은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다.

 

위 사진은 호주 연수중에 재결에서 기수의 기승정지 처분일수를 산정할 때 쓰는 일종의 평가표이다. 자세히 보면 기승정지를 계산할 때 Grade of Carelessness와 Grade of Consequence를 같이 고려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법을 전공하거나 법에 대한 철학과 기준이 확립되있진 않지만(앞으로 공부해 나갈 방향) 범죄에 대해 처벌을 내릴 때 그 결과도 고려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가중처벌(?)  서로 말다툼을 하다가 가슴을 한대 쳤는데 그 사람이 심장마비로 죽었을 경우와 괜찮았을 경우 두 경우 모두 주먹으로 친 행위만을 고려해서 처벌을 하진 않는다. 하지만 위의 마주분은 재결이 피해정도만을 전적으로 고려하여 제재처분을 하는 것처럼 글을 써주셨는데.... 사실 재결에서는 기수의 부주의함을 우선 보고 제재수준을 결정할 때 그 피해정도를 고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재결에서 피해마의 순위에 영향이 있었는지에 대해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수많은 상황들이 순위에 영향이 있음에도 처벌이나 순위변경 등의 조치를 해주지 않는다는 마주분의 의견도 글에서 볼 수 있었다. 사실 현재 순위변경기준, 피해마와 가해마 두마리의 순위변경여부를 판단하기 전에는 재결에서 많은 부분 피해정도가 순위에 영향이 있다고 판단되면 순위를 바꾸거나 가해마를 실격시켰다. 하지만 이런 재결에서의 처분이 너무 자의적이고 남용되며 결승선에 도착하는 말의 순위는 되도록 인정해주자는 차원에서 현재의 기준으로 변화되어 왔고 경마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기준을 준용하고 있다. 사실 경마에 있어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지하게 많다. 경주를 보면, 특히 재결에서 전후측면 화면을 보면 무수히 많은 피해상황과 돌발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을 다 끄집어내어 그 건이 순위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판단하고 그에 대해 처벌하고 순위를 바뀐다면 경마에서의 순위, 경주마능력의 검증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다.

 

경마에서 재결위원이 하는 역할을 정말 중요하다. 경마의 역사가 오래되고 경마선진국인 미국, 호주, 영국 등에서는 재결위원의 기준과 결정에 대해 정말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 뭐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겠지만 경마, 재결에 대해 오랜 역사에 걸친 하나의 문화기 때문에 그냥 인정하고 그들이 결정내린 사안들이나 그 결과물들을 즐긴다.

 

우리나라도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